전시 소개
땅, 없는, 시간

작년 이맘때쯤 서울대 미술관에서 열린 신진작가 특별전에 이어 올해 2회를 맞은 이번 전시는 현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대학 졸업 이후 본격적으로 창작 활동을 시작한 작가 10명을 초대해 작업을 선보인다. ‘땅, 없는, 시간’이라는 주제 아래, 미술대학의 다섯 학과(공예, 동양화, 디자인, 서양화, 조소)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전시라는 하나의 사건을 엮어낸 이들은 미술대학 협동과정 미술경영 대학원생들이다. 다시 맞이한 겨울, 또 한 번의 전시, ‘신진’이라는 막연한 세대적 카테고리. 반복되는 일종의 의식이라고 무덤덤히 넘기자면 《땅, 없는, 시간》은 어쩌면 잠시 등장했다가 금세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익숙한 단체전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간과 비인간 모두를 아우르는 조건에 대한 동시대 예술가의 사유, 그 조건과 관계 맺는 ‘우리’의 위치와 ‘땅’으로 은유되는 고정성의 부재에 대한 탐구를 중심으로 한 이번 전시에서만큼은 작품을 경험하는 시간 그 자체에 온전히 집중해 보기를 바란다.

분절과 접합의 구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전시는 신체와 장소, 미래와 과거, 기억과 상상의 위치를 바꿔가며 하나의 서사로 수렴되거나 정지된 풍경으로 포착되기를 거부한다. 미술관 2층에서 시작해 3층을 관람하고 다시 계단을 따라 내려오는 사이, 전시의 시작은 다시 끝이 되고, 출구는 입구가 된다. 회화의 정면이 측면과 뒷면으로 재차 등장하고, 코너를 돌면 멈출 줄 알았던 작품의 이야기가 이어지며, 조형물이 놓이는 바닥이 공중에 떠 있는 가장 높은 표면이 될 때, 우리는 과연 체화된 선형적 시간의 흐름을, 의례적 전시 보기의 경험을 조금은 낯설게 할 수 있을까. 분명한 점은, 미술관이라는 터전을 임시로 공유하는 작품 모두 각자의 언어와 방식으로 줄곧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내고 있던 시공간적 조건에 대한 소격화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는 고전 음악의 해석과 재구성(권영재)에서부터 누적된 시간을 통해 형성된 장소성을 기록하고 탐문하는 실천(김병진, 우수빈, 허아영), 사건과 사물을 잇는 조형적 실험(김우경, 김윤지, 안혜민)과 기억 및 에너지의 운동성에 대한 탐구(기하은, 김준환, 이단)에 이르기까지 폭 넓다. 

참여 작가와 매칭 큐레이터의 대화를 수록한 전시 책자는 이러한 관점을 굴절·증폭·분산시키며 전시의 주제를 곱씹는다. 역사성을 잃은 데이터가 오늘을 생성하고 내일을 예측하는 시대에, 시간의 본질에 대한 논의는 학문과 분야를 막론하고 빠르게 확산 중이다. 누군가 사물을 일시적인 “사건의 집합”으로 명명할 때, 또 다른 누군가는 속도의 권력화를 분석하며 질주하는 사회의 미래를 상상한다. 표준 시간의 식민주의적 체계를 해체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주한 공동체 옆, 또 다른 공동체는 “시간 빈민”의 심리를 회복하거나, 사건 중심의 역사쓰기에서 벗어날 방법을 모색한다. 전시는 그 틈 속에서 예술적 상상과 비평을 통해 ‘땅, 없는, 시간’이 형성하는 관계를 천천히 더듬어 본다.   

Ground/Less/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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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llowing last year’s inaugural Emerging Artists Exhibition at the Seoul National University Museum of Art, this second edition presents the work of ten artists who are either currently enrolled in the College of Fine Arts or have embarked on their professional practices after graduation. Under the theme Ground/Less/Time, graduate students from the Interdisciplinary Program in Arts Management bring together participants across the college’s five departments (Craft, Oriental Painting, Design, Western Painting, and Sculpture) into a single event of exhibition. With winter’s return, another exhibition arrives, accompanied by the loosely defined generational category of “emerging.” Viewed simply as part of a recurring cycle, Ground/Less/Time could be dismissed as another group show that briefly surfaces only to fade from view. Yet this exhibition invites the audience to attend fully to the experience of time itself—time as shaped by the artist’s thinking about the conditions shared by human and nonhuman alike, and by our own position within those conditions, marked by the absence of fixed 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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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uctured through moments of fragmentation and junction, the exhibition resists converging into a single narrative or settling into a static scene. Moving from the museum’s second floor to the third and then back down the stairs, the beginning becomes the end, and the exit becomes the entrance. The front of a painting returns as a side or back view; a corner reveals that a work’s narrative has not, in fact, stopped; sculptural elements drift upward such that the floor becomes the most elevated surface. In these shifting orientations, might we render unfamiliar the embodied sense of linear time, or the conventional experience of viewing an exhibition? What remains certain is that each work—temporarily sharing the museum as its ground—attempts, through its own language and form, to defamiliarize the spatial and temporal conditions we inhabit without noticing. This spans from the interpretation and reconfiguration of classical music (Yungjae Gwan), to practices that record and investigate place through accumulated time (Byeongjin Kim, Subin Woo, Hur Ayeong); from sculptural experiments that link events and objects (Kim Wookyung, Yoon Ji Kim, Hyemin Ahn) to inquiries into the movement of memory and energy (Haeun Ki, Kim Junewhan, YiD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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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companying exhibition publication, which includes conversations between each artist and their paired curator, refracts, amplifies, and disperses these perspectives, deepening the exhibition’s theme. In an era when data stripped of historicity generates the present and forecasts the future, questions about the nature of time are proliferating across disciplines. While one thinker may describe objects as temporary “aggregates of events,” another analyzes the power dynamics of speed to imagine the future of an accelerating society. Alongside communities working to dismantle the colonial structure of standardized time, others seek to restore the psychological conditions of the “time-poor,” or to move beyond event-driven modes of writing history. Within these varied currents, the exhibition slowly traces, through artistic imagination and critical reflection, the relationships that form under the condition of “Ground/Less/Time”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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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영 재 작가 Yungjae G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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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재는 일련의 사건 속 몸이 수행하는 해석과 행위 간의 차이를 시청각적 환경 속에서 해체·재조합한다. 고전 음악을 해석하고 재구성한 곡을 기반으로 협업하며 과거와 현재, 개별과 전체 그리고 그것을 인식하는 방식에 대한 관심을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다. 개인전《누군가 누구에게》(더레퍼런스, 09.23 - 10.05, 2025) 등을 진행했고, 《목욕탕 게슈탈트》(서울대학교 제 1 파워플렌트, 10.31 - 11.03, 2024), 《ChunMan Art for Young 2024》(삼천리 빌딩 1층, 05.13-05.31, 2024),《2024 전국대전: 현실유머》(아트스페이스 신사옥, 03.13-04.03, 2024) 등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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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하 은 작가 Haeun 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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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은은 개인의 ‘에너지’를 시각적, 촉각적으로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는 ‘Tag’를 매개로 개인의 감정과 성향을 드러내는 상징 체계를 구축하며, 감정의 흐름을 시각 언어로 번역한다. 작품 속 세 가지 에너지—BB(Heaven), PP(Earth), ZZ(Human)—는 각각 고유한 성질을 지닌 조형 오브젝트로 구체화되어, 관객이 자신의 에너지를 발견하고 선택하는 체험적 구조를 이룬다. 기하은의 작업은 감정, 정체성, 관계의 감각을 시각적 언어로 풀어내며, 개인적 경험이 사회적 감각으로 확장되는 지점을 섬세하게 탐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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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병 진 작가 Byeongji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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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은 대학원에서 ‘한국의 무형문화재’를 주제로, 일러스트레이션을 다양한 매체로 표현하는 방법을 연구하여 2024년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누적된 시간을 통해 형성된 장소성과 공간성, 그리고 문화적인 대상 등을 세밀하게 관찰, 기록, 체계화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얇은 선묘를 활용한 펜 드로잉 작업을 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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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우 경 작가 Woogyu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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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경은 나무, 천, 다양한 소재의 오브제 등 물질 재료와 비물질 재료를 혼용한다. 외부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떠올린 사유를 재료에 담아내며, 작품이 스스로 움직이거나 관객에 의하여 움직이는 작업을 구상하는 것을 즐겨한다. 주관적으로 느껴 온 동태가 작업의 시작과 끝 사이, 모든 가공의 기간 동안 스며든다고 믿고 그것의 가치를 탐구해 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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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윤 지 작가 Yoonji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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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지는 풍성한 자연으로 둘러싸인 서울대 수원캠퍼스에서 도자 작업을 하고 있으며, 백자소지를 활용하여 아름다우면서도 실용적인 공예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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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준 환 작가 Kim Junew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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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환은 동양화를 전공하고 한지의 물성이 가진 표현 가능성을 탐구한다. 한지의 투과성과 번짐의 우연적 특성을 활용해 추상과 형상 사이, 기억과 실재 사이에 존재하는 애매한 상태를 시각화한다. 최근에는 재료의 물성을 통해 ‘눈을 감아도 보이는 것’을 주제로 지속된 관심사였던 ‘본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작업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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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혜 민 작가 Hyemin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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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민은 작품의 존재를 인식하게 하는 요소들을 탐구하며 작업한다. 소리와 움직임 같은 직접적인 자극부터, 공간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감각적 경험까지 폭넓게 다룬다. 금속을 주된 재료로 사용하며, 관람자가 작품과 마주하는 순간 감각적으로 그 존재를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학부에서는 공예를 전공했고, 이후 디자인학부 금속공예전공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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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수 빈 작가 Subin 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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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빈에게 땅은 시간과 기억이 응축된 표면이다. 그는 초원, 숲, 절벽, 해변 등 생명과 폭력의 흔적이 새겨진 장소를 탐문하며, 사라진 사건의 잔향을 조각으로 번역한다. 오키나와 게라마 제도를 배경으로 한 < 윈터 정글 > 시리즈에서 작가는 전쟁과 식민의 잔재가 남긴 지층을 더듬고, 그 위에 자라난 생명의 복원을 사유한다. 그의 조각은 단단한 형태라기보다 시간과 기억이 교차하는 살아 있는 조직에 가깝다. 부서지고 이어붙는 표면으로 작가는 소멸과 존재의 경계를 포착하며, 사라진 존재가 여전히 ‘있음’을 조용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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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 작가 YiD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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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은 주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적 오브제를 활용한 공감각적 설치를 선보이며 관객 참여와 공감을 통한 치유를 유도한다. 유년시절 빨간색(丹)이 대흉하다는 돌팔이 무당의 점괘로 붉은 계열의 모든 소지품이 압수당해 불태워졌다. 멋있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 인생 목표였으나, 일단은 할머니가 되는 것으로 하향조정되었다. 최근 이방인으로서의 삶과 암투병을 담은 개인전 《물 속의 돌》(Hugenottenhaus, 2021 / 보안여관, 2023) 을 독일과 한국에서 개최했으며, 카셀 도쿠멘타15  섹션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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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아 영 작가 Hur A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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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아영은 동양화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시공간에서 느낀 감각을 한 평면에 시각화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기억과 망각에 관심을 두고 있다. 결국 기억하는 건 시각적인 것 보다는 다른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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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안내
시간  화요일-일요일 10:00-18:00 (입장마감 17:30)
* 월요일, 1월 1일은 휴관입니다.
관람료  무료

준수사항
① 미술관의 허가 없이 건물 내부 및 전시 작품을 촬영할 수 없습니다.
② 위험물 또는 악취를 발하는 물품을 휴대하고 입장할 수 없습니다.
③ 미술관 전역은 금연구역입니다.
④ 식음료를 가지고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
⑤ 15세 미만의 관람객은 반드시 보호자와 함께 관람해야 합니다.
⑥ 전시된 작품은 절대 만지지 마시고 눈으로만 감상해주십시오.
⑦ 핸드폰은 매너모드로 전환시켜주시고 고성 등 소란스러운 행동은 자제 바랍니다.

위치
서울대학교미술관은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정문을 바라보고 왼편에 위치한 회색 건물이며, 버스를 이용하시는 분께서는 정문에서 내리셔서 교문 옆 원형광장 계단을 통해 미술관으로 오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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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내 주차가 어려우니 가급적 대중교통 이용 부탁드립니다.
주소
서울 관악구 관악로 1 서울대학교 151동 서울대학교미술관
전화
02-880-9504
CREDITS

주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주관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협동과정 미술경영
후원 SNU 10-10 프로젝트, 서울대학교 조형연구소
공간 지원 서울대학교 미술관
운영위원회 정의철, 조인호, 신정훈
작가 권영재, 기하은, 김병진, 김우경, 김윤지, 김준환, 안혜민, 우수빈, 이 단, 허아영 
기획 강효경, 금다듬, 박세연, 서선영, 오지은, 유세희, 이승민, 조인섭, 최현호, 임수영(기획 총괄)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폼투필
공간 디자인 최조훈
운송 및 설치 (주)시점, 조은 
연계 프로그램 김이재, 박영준, 오희숙, 한진영, 호추니엔
감사한 분들 김근아, 김예지, 김용녀, 박보나, 백윤주, 이준원, 최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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